애니메이션이 꼭 활극이거나
감동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여도,
그 인물의 심리선이 조금씩
무너지는 과정을
따라가는 이야기들
도 있다.

오늘 추천하는 작품들은
드라마, 스릴러, SF처럼 보이지만
결국 중심은 ‘심리’에 있는 애니들.

긴장감보다는 잔상,
액션보다는 말투와
침묵에 집중하게 되는 종류다.


빙과 (氷菓)

‘아무 일도 아닌 일’에서 출발하는 잔잔한 심리 탐색

(C)米澤穂信・角川書店/神山高校古典部OB会

고등학교 고전부를 배경으로,
말 그대로 ‘아무 일도 아닌 사건’을
천천히 파고드는 구조.

일반적인 추리물처럼 보이지만
결국 중요한 건
그 상황에 처한 인물의 태도와
말하지 않은 감정
들.
호타로와 치탄다 사이의
공기가 인상적인 작품.

이토 준지 컬렉션 / 공포극장 시리즈

외적으로는 호러지만, 실제로는 인간 내면을 파고드는 이야기

© 伊藤潤二/朝日新聞出版・伊藤潤二『コレクション』製作委員会

무섭기보단 불쾌하게
오래 남는 종류의 이야기들
이다.
초자연적 요소가 등장해도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걸 겪는 인물이 드러내는
무의식, 억압, 집착 같은 것.

짧은 이야기 구성이라
가볍게 보면서도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다.

학생회 임원들

겉은 가볍지만, 사실 대사 하나하나에 심리전이 숨어 있는 애니

© 氏家ト全・講談社/桜才学園生徒会視聴覚室 © KING RECORD CO., LTD. ALL RIGHTS RESERVED.

보기에 따라선
‘슬라이스 오브 라이프’에 가깝지만,
말장난과 개그 안에 관계의 불균형,
어색한 거리감
같은 게
교묘하게 섞여 있다.

유쾌하게 보이다가도
문득 “이 대사, 진심이었나?” 하고
멈칫하게 되는 장면들이 있다.
코미디의 탈을 쓴 미묘한 심리극.

학교생활! (がっこうぐらし!)

처음엔 일상물 같지만, 정신적 충격을 감당해내는 소녀들의 이야기

(C) Nitroplus/海法紀光・千葉サドル・芳文社/がっこうぐらし!製作委員会

1화를 지나고 나면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힌다.
외부 세계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세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너져가는 ‘마음’ 그 자체.

생존이 아니라
감정 버티기에 대한 이야기라
잔잔한 장면조차
무섭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다.

 

퍼펙트 블루 (Perfect Blue)

90년대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심리 스릴러의 전형

(출처: 映画.com)

아이돌에서 배우로
전향한 주인공이
현실과 환상, 자아와 타자의
경계에서 무너져가는 이야기.
연출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불안하게 몰입되게 만든다.

현실과 내면의 심리가
엇갈리는 방식이라
‘진짜는 뭘까’라는 질문이
끝까지 따라붙는다.
가볍게 보기엔 무거운 주제지만,
심리극으로는
지금도 많이 언급되는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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